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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트 활용하기

네볼 2024. 3. 5. 00:38

15년 전 나름 고가의 3D프린트를 구입하였다.

디자인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목업을 만들 때 서울 목업 집으로 달려가 밤새 매달리면서 목업을 검수하고 수정하고 했던 게 너무 힘들었고 그렇다고 해서 제작비용이 비싸서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정부에서 지원했던 공방 같은 메이커스가 있어서 무료로 3D프린트로 출력했는데 시간도 절약되고 퀄리티도 괜찮았다. 그때 당시 3D프린트는 골칫덩어리라는 생각이 많았다. 한창 FDM 방식 특허가 풀려 여기저기 기업들이 제품출시를 해서 저가형부터 고가형까지 제품을 내놨지만, 품질은 별로였다. 그러다 폴란드에서 조트랙스 200이 나왔고 메이커스에서 사용했던 게 조트랙스였다. 



 목업보다는 당연히 품질이 안 좋았지만 나름 빨리 뽑고 그다음 날 확인이 가능하니 이거다 싶었다. 당장 달려가 판매업체를 알아서 연락해 구입했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왜 사느냐 그것만 붙잡고 있으면 다른 일을 못 한다' 말이 많았다. 회사에서 구입해주면 아무런 부담이 없었지만 아무리 권유를 해보아도 먹히지 않았고 사달라고 졸라도 소용없어 결국 내 자비를 들여 구입하여 사무실 한편에 놓았다.  



 주변에서는 좋아 보인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왜 그 돈 들여 사는지 궁금하고 부정적이었던 것 같다. 왜냐면 한대에 300만원이 넘었으니 저가형 프린트 6대는 사고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름 선택한 이유가 신경을 덜 쓰고 내가 원하는 출력물을 고장 없이 얻고 싶어서 과감히 질러버렸다. 나중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 가치가 불어나고 나중에는 활용도가 높아 여기저기 추천하고 다녔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가격 보고 놀라 아무도 구입하지 않았는데 그때 당시에는 몰랐는데 준전문가급 3D프린트였더라. 아무튼 모델링하고 바로바로 출력하여 디자인 미팅이나 업체 방문 시 들고 다니면 이보다 좋은 효과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결과물로는 적합하지 않아 비싼 목업 제작 하기전 치수나 형태 검토 시 아주 활용도 높았다. 



 시간이 흘러 여러 3D프린트가 나오고 점점 사용자들이 늘어나게 시작하여 현재는 고속프린트가 나와 품질과 속도까지 좋은 시대가 되었다. 앞으로 어떤 3D프린트가 나올까 기대가 되는 현재이다. 아무튼 지금은 뱀부 고속프린트 3대와 오래된 조트랙스까지 갖추어 항상 든든하게 제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며칠 전 설계 의뢰가 들어와 1주일 동안 설계하고 바로 하루 만에 출력하여 조립해 보고 간섭이나 형태 조립성까지 체크하여 수정하고 있다. 이 과정을 의뢰해 준 업체에 다이렉트로 사진과 코멘트를 달아 보내주니 아주 만족해하면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제 출력된 출력물을 가지고 업체와 미팅만 하면 작업은 80퍼센트 진행된 셈이다. 



 위처럼 3D프린트는 업무적으로 윤활제 역할을 잘한다. 또한 머릿속으로 있던 여러 가지 방향에 대한 의문점도 출력하여 해결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빠르면 1주일 걸려 목업을 만들면서도 확신이 없어 목업 집에 상주하여 간섭되는 부분이나 오류 난 부분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수정해야 했었다. 지금은 하루 만에 출력되어 의문을 제거해 주어 수정을 전체적으로 한 번에 하면 되니 아주 빨라진 상황이 연출된다. 

 

 요즘은 자료 조사하다 뭔가 떠오르는 게 있으면 바로 대충 모형화해서 출력해 본다. 내 아이디어가 현실성이 있는지 체크하면서 별로 다 싶으면 접고, 좀 더 발전 가능성이 있으면 점점 더 업그레이드 해서 출력해 본다. 오히려 바빠진것 같은 느낌은  머릿속이 정리가 되니 좀 더 한 가지 일에 집중도 잘된다. 



다른 분야는 어떤지 잘 모르지만 제품 개발 아이디어 현실화에 있어서 3D프린트는 촉매제라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무궁한 발전이 어느 정도까지 될지 모르지만 어디까지 될지 기대가 많이 되고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해외 이용자들보다 적은 것 같아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나 플랫폼이 발전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활용하여 가치를 더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삶을 더 풍요롭게 했으면 좋겠다. 



-끝-



아래는 딸내미 출력해달라고 하여 뱀부 메이커 월드에서 다운받아 출력해 보았다. 첫 출력물은 깔끔하지 않아 칼날이 잘 안 나왔는데 두 번째는 잘 나왔다. 이로써 쌍칼이 완성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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